지금 이 순간, 창문 틈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소리를 듣고 있는가? 사람들은 흔히 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큰 변화들에 주목한다. 자율주행, 인공지능, 우주 탐사. 하지만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변화는 오히려 우리 일상의 아주 사소한 것들일지도 모른다.
가령, 바람 소리. 미래의 도시는 완전히 밀폐된 구조로 설계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 변화, 미세먼지, 외부 소음, 에너지 효율을 이유로 자연과 직접 접촉하는 공간은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시원하다’고 느끼던 자연풍은 통제된 환기 시스템에 의해 대체되고, 바람은 기계음 속에 묻히거나 아예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로 보일 수 있지만, 감각의 소멸이라는 점에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소리를 기억하며 살아가고, 어떤 소리를 미래에 전하지 못할 것인가? 바람 소리, 먼 곳에서 울리는 개 짖는 소리, 자전거 체인이 돌아가는 소리. 이 모든 건 점점 디지털화된 생활 속에서 소거되고 있다.
기술은 편리함을 주지만, 인간적인 것들을 놓치게도 한다. 미래의 아이들이 ‘바람이 분다’는 표현을 은유로만 이해하게 된다면, 그것은 단지 언어의 변화가 아니라 경험의 축소다.
우리는 거대한 미래를 상상하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어쩌면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사라지는 것들’ 속에 있다. 언젠가 우리가 잊게 될 그 소리들을, 지금 잠시 귀 기울여보면 어떨까.